바로콘시와 황금광맥의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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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의 이야기는 타니엘 1세 시대에 일어난 일이다.
이 이야기는 왕국의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고, 케도라 상단의 내부 문서로만 전해오고 있었으나 약 150년 전에야 비로소 워델 국왕 재위 시절에 채록되어 왕국의 문헌 보관소에 기록으로 보존하게 되었다.{np}
당시의 기록관들은 오랜 시간 전해온
민담으로 생각한 듯 하며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자료로써 보관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워델 국왕의 시대에서 또 50년이 흐르고 천년제를 지나온 이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가 진실을 기록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np}
왕국력 1002년
왕국 기록관 데나 요나스 기록
케도라 상단의 초대 단장인 바로콘시는 화를 참고 있는 마족을 눈앞에 두고서도 전혀 두려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np}
그는 오히려 더욱 당당한 태도로 마족을 도발했다.
[이미 몇 번을 말했듯이 너는 정말
사람의 말을 믿지 않는군. 누가 뭐라
해도 이 산의 황금광맥은 우리 케도라 상단의 것이야.]{np}
럼펠스틸스킨은 바로콘시의 뻔뻔하다
못해 무식하도록 당당한 태도에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내가 정말 오랜 세월을 살았지만,
너처럼 뻔뻔한 인간은 처음이야.]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아무튼
이 광맥은 우리 케도라 상단의 소유라고.]{np}
[그래 너희도 이 탐색에 나섰으니 어느
정도 권리는 있다 칠 수 있어. 그렇지만 전부 너희들 것이라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무엇으로도 너희가 나보다 먼저 이 광맥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없어.]{np}
바로콘시는 그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증명하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 먼저 발견한 것으로 소유권을 주장하겠다는 논리는 도대체 어느 법전에 나오는 이야기인지 모르겠군.{np}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돈은 얼마를
어떻게 버느냐 보다 얼마를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상단의 단장인 나의 철학이야. 그 점에 주안점을 둔다면 이 금맥을 가장 잘 사용할 우리가 가지는 것이 마땅하지. 다시 말해서 네가 처음과 시작을 주장한다면 우리는
나중과 끝을 주장할 거야.]{np}
[그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이 어디 있어?]
[이봐, 너야말로 온갖 요상한 주장으로 사람을 속이고 힘들게 하는 일로 유명한 마족 아니었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란 마족은 그런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은데?]{np}
럼펠스틸스킨은 바로콘시 단장이 조금도
물러설 기세를 보이지 않자 스스로를 진정시킨 다음 결국 이렇게 말하며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취했다.
[그래서 너희는 이 금맥을 가지면, 뭘 하려고 하는데?]
[우리가 우리 금맥으로 뭘 할지는 우리 마음이고 네게 알려줄 필요는 없지만, 내가 특별히 말해주지. 그런데 말해주면 넌 뭘 줄래?]
[내가 왜 너한테 뭘 줘?]
[나는 상단의 단장이야. 장사를 하는 사람이 어째서 고객도 아닌 너에게 공짜 정보를 주겠어?]{np}
럼펠스틸스킨은 잠시 수백 년간
지켜온 자신의 관습을 깨고 이 건방진 인간을 콱 눌러 죽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원래 그의 천성대로 그런 감정을 훨씬 웃도는 호승심이 일었고, 오히려 오랜만에 만나는 대찬 상대에 대한 전의가 타올랐다.
[좋아. 그럼 나도 내가 이 금맥을 가지면 뭘 할지 알려주지.]{np}
그 말에 바로콘시가 대답했다.
[어? 너 우리한테서 이 금맥을 구매하려는 거야?]
[뭐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다시 말하지만 너는 정말 사람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구나. 네가 이 금맥을 가지면 뭘 할지 알려준다며? 이 금맥은 우리 것이니 네가 가지면 뭘 한다는 소리는 우리에게 구매하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 않겠어?]{np}
이 말은 럼펠스틸스킨의 속을 다시 한
번 뒤집어 놓았지만 그는 꾹 참고 다시 물었다.
[시끄러워. 뭘 할지나 어서 말해.]
[이 금광맥의 황금은 왕국의 수도를 수호할 성벽이 될 거야.]
[타니엘이란 인간의 왕이 하려는 건설 말이로군.]{np}
[맞아. 우리는 이곳에서 나오는 금을
자본금 삼아 사업을 시작하고, 자재를 사서 왕실에 납품하고 거기서 다시 이익을 얻을 작정이야.]
[그런 목적이라면 더더욱 너희에게 이곳을 넘길 수 없지.]{np}
[그렇다면 네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시합이나 내기로 결정하면 되겠네.]
시합이란 말이 나오자 럼펠스틸스킨의 눈빛이 달라졌다.
[시합? 그거 좋지. 이 몸으로 말하자면 어지간한 시합은 지는 일이 없다고.]{np}
바로콘시 단장이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시합의 종류는 내가 정해도 되겠군. 그렇게 어떤 시합에도 자신이 있다면 말이야.]
[좋았어. 마음대로 정하라고. 그리고
당장 시작하는 게 어떨까?]{np}
[좋아. 그러지. 그러면 우리 이렇게
하는 게 어때? 질문을 던져서 누가 이 광맥의 진정한 주인 자격이 있는지 시합을 하자고. 정말 이 광맥의 주인이라면 이곳에 관한 질문에는 막힘 없이 대답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np}
럼펠스틸스킨은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인간이고 이 금광맥은 지금 막 발견된 것이니 어떤 질문이 나오든 평범한 인간보다는 강력한
마족인 자신이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럼펠스틸스킨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좋아. 물론이야. 어서 말해봐.]{np}
럼펠스틸스킨이 제안을 받아들이자
규칙의 세세한 점이 논의되고 이내 합의되었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사항은 질문은 모두 세 가지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콘시가 럼펠스틸스킨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이 광맥에 묻힌 금을 모두 싣는다면 몇 대의 수레가 필요할까?]{np}
럼펠스틸스킨은 강력한 마력을 지닌
마족이었지만, 이것은 설령 땅속을 투시하는 능력이 있어도 어림짐작할 수 없는 질문이었습니다.{np}
그는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바로콘시
단장도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모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의
생각으로는 바로콘시 역시 대답하지 못하면 일단 이 질문에선 무승부가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np}
그러나 바로콘시는 럼펠스틸스킨이
포기하자 바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딱 이 광맥만한 수레로 한 대만 있으면 충분해. 그러니까 한 대가 정답이지.]{np}
럼펠스틸스킨은 이건 무효라고 사기라고
주장하며 화를 냈지만, 바로콘시는 손가락 하나로도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마족이 두렵지도 않은지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화를 발산하는 상대를 고요히 응시할 뿐이었습니다.{np}
결국 럼펠스틸스킨은 시간을 들여 화를 가라앉혔습니다. 그의 성격상 한 번 시작된 내기나 시합은 중단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조건에서도 상대를 격파하는 것을 가장 큰 즐거움으로 삼는 그였기에 결국 둘은 다음 문제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np}
이번에도 바로콘시 단장이 질문했습니다.
[두 번째는 이것이야. 앞으로 1년간 이 광맥에서 나올 금의 산출량을 가장 근접하게 맞추는 쪽이 이기는 것으로 하지.]{np}
그 말에 럼펠스틸스킨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단위를 가지고 장난치는 일은 없어야 할 거야. 한 번 더 단위로 장난을 치면, 가만 두지 않겠어. 물론 승리는 저절로 내 것이 되는 것이고. 알았어?]{np}
바로콘시 단장은 두 눈으로
럼펠스틸스킨의 머리에서 불이 치솟고 입에서는 날카로운 이빨이 번뜩이는
것을 보면서도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조금도 겁먹지 않은 태도로 당당하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아. 이번에는 단위에 따라서 수가 달라지는 일은 없을 거야. 그러면 되겠지?]{np}
[좋아. 그러면 내가 먼저 답을 말하지.
인간의 기술로 이 금맥에서 앞으로 1년 동안 캘 수 있는 금의 무게는 인간 1만 7천 2백 명이 소지할 수 있는 무게와 동일해. 장담하건대 오차는 인간 세 명 분도 안 될 거야. 그리고 네가 이것과 비슷한 숫자를 불러서 네가 더 근접한 수치라고 주장한다면 그건 내 승리로 간주할 거야.]{np}
바로콘시 단장은 그 말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게 왜 네 승리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 답은 너와 다르니 그 문제로 다툴 일은 없겠군. 왜냐하면 내 대답은 0이거든.]
[뭐라고?]{np}
[0이라고 다시 말하면 앞으로 1년간
산출량은 없다는 뜻이지. 그리고
산출량이 0이면 어떤 단위로 재도 그 양은 0이지. 그러니 이것이야말로 단위와 무관한 숫자야. 조금 전에 내가 말한 그대로.]
[그거야. 이곳을 너희들이 가졌을 경우에나 그렇지. 내가 주인이라면 당장 파낼 거라고. 금덩이 하나만 캐도 네 대답은 틀린 것이 된다고!]
[할 수 있으면 해 봐.]
[왜 내가 못할 것 같아?]{np}
[맞아. 못할 것 같아. 너는 사람 말을
매우 잘 듣지 않는 버릇이 있어. 나는 아까부터 이 광산이 우리 것이라고 했어. 케도라 상단이 소유권을 주장하면
반드시 그 근거가 있어. 뭐 자신감이라 해도 좋고. 간단히 말하면 우리는 네가 오기 오래 전에 여기를 알고 네가
오기를 기다렸어.{np}
그리고 마족은 절대로 넘을 수 없는
결계도 쳤지. 결계는 앞으로 1년은
지나야 풀릴 테고 너는 절대로 이곳의 금에 손 댈 수가 없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내 추정량은 근사치 정도가 아니라 그냥 정답인 것이지.]{np}
[인정할 수 없어. 이 두 번째 질문은
무효야. 아니 적어도 무승부라고.]
바로콘시 단장은 그 말에 전혀 반박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아. 뭐 그렇게 하지. 그러면 세 번째 질문의 답변으로 승패가 결정되겠군. 내가 두 번이나 물어봤으니 이제는 네 차례로 하지. 네가 질문을 하도록 해.]{np}
럼펠스틸스킨은 바로콘시 케도라 상단
단장이 의외로 순순히 물러서는 것을
보자 강한 의혹이 들었지만, 일단은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되었기에 이제 자기 차례가 된 다음 질문을 무엇을 할지 생각했습니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1년 뒤 이 금맥의 주인은 누구인가?] {np}
이 질문을 던지고 난 후 럼펠스틸스킨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바로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답변하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해. 만약 네가 케도라 상단이라고 말한다면, 아니 나 말고 누구든 다른 사람이나 단체를 말한다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 물론 지금 당장이라면 너희 상단 녀석을 모두 죽이기에 시간이 부족하지.{np}
하지만 1년 뒤라면 가능해. 그 시간이라면
너희든 다른 녀석이든 1년 안에 몇 명을 죽이든 나 말고는 아무도 주인이 되겠다고 감히 나서지 않게 만들어 주겠어. 게다가 그 때면 너희들이 쳤다는 결계도 풀리겠지. 그러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 하나밖에 나올 수 없지. 안 그래?]{np}
이렇게 말하고 럼펠스틸스킨은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바로콘시 단장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바로콘시 단장의 얼굴에는 조금도 당황한 표정이 없었고 마치 준비한 것처럼 너무나 쉽고 간단하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np}
[1년 뒤 이 금맥의 주인은 럼펠스틸스킨
바로 너야.]
럼펠스틸스킨은 바로콘시의 표정에 실망한 기색이 전혀 없어서 약간 불안했지만, 하여간 기뻐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 입으로 이곳 주인이 나라고 했어. 그러니까 내가 이긴 것이다. 하하]{np}
[그건 아닌데.]
[아니라고?]
[아니지. 왜냐하면 이 시합은 내가 두 번 정답을 맞췄고 한 번은 무승부였어. 그러니까 결국 2대0으로 우리가 이긴 것이지. 그러니 시합에 이긴 우리가 이곳의 소유자가 되는 것이 맞는 것이지.]{np}
럼펠스틸스킨도 그 말을 이렇게 받아 쳤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너는 1년 뒤에는 이곳 소유자가 나라고 했어. 그러니까 1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나면 여긴 내 것이 된다고.
그리고 너는 1년간 여기서 내가 한 말을 지켜서 아무 것도 못 캘 테니 이 금맥은 온전히 내 것이다.]{np}
[그래. 그렇겠지. 그래서 말인데 이제부터
매매협상을 해보자고.]
[뭐라고?]{np}
[매매협상. 우리 케도라 상단이 네게
이 광산을 돈을 받고 팔고, 너는 우리에게 돈을 주고 사는 매매협상.
그걸 하자고. 가격을 잘 쳐주면 결계도 풀어줄게. 그러면 1년간 산출량이 0인지 얼마인지 상관없이 네가 이기는 것이
되니 이 승부의 결과가 바뀔 수도 있지만 뭐 그런 모순에도 불과하고...]{np}
럼펠스틸스킨은 자신 앞에서 이번
매매로 그가 어떤 이득을 보는지, 이 매매계약과 방금 한 승부의 모순점은 무엇이고 그 논리적 해결법은 무엇인지를 애매하게 설명하는 바로콘시 단장을 보면서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아무래도 네 말과는 달리 나는 사람의 말을 너무 잘 믿나 봐.]{np}
이후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전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전승에 따르면 럼펠스틸스킨은 결국 이 금맥을 케도라 상단에게 엄청난 실버를 지급하고 샀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이 거래를 자신의 패배로 생각했기에 그 금맥에서 금을 캐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내기나 시합이라면 거의 불패였던 럼펠스틸스킨이 인간에게 진 사건은 딱 세 번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것이 그 처음이었고, 마지막은 리디아 샤펜과의 시합이었습니다.
물론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리디아 샤펜과의 시합 이후에는 이기고 지고를 떠나 시합 자체를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Description

조사원 호레이쇼를 돕고서 얻은 역사서입니다. 케도라 상단과 마족이 얽힌 우화로 보입니다. 마우스 우클릭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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