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마의 천년전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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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티네는 주인이 없는 거소에 서있었다.분명히 그녀를 향한 것임이 틀림없는 라이마의 전언이 벽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인간과 달리 본 것을 망각하는 일이 없기에 길티네는 라이마의 전언을 뇌리에서 몇 번이고 되새길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은 마침내 언어가 되어 그녀의 입에서 나왔다.
그 음성에는 분노와 서운함이 함께 묻어 나왔다.[그러니까 끝내 나와 말조차 나눠보지 않고 나를 버리고 떠났다 이건가?자기 주장만 옳다고 내세우고?]
{np}그녀의 혼잣말이 이어졌다.[결국 우리 둘이 서로의 의견을 굽히지 않을 테고,회견이 결렬되면 내가 자신을 그냥 두지 않을 테니 미래를 기약하며 이곳을 떠나겠다고?우리의 고향같은 이곳을 버리고?]
길티네의 탄식어린 독백이 다시 이어진다.[비루한 인간들 사이에서 방랑을 하겠다고?나를 버리고,심지어 적으로 삼고?다른 자매 여신들과의 교류마저 단절한 채 그렇게 얼마나 될지도 모를 긴 세월을 그렇게 살겠다고?]
{np}그녀가 내뱉은 신의 언어가 공기 중에서 사라질 때 뒤에서 기척이 들렸다.
길티네는 자신의 명령에 따라 이곳에 온 세 명의 부하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가장 왼쪽에 카르타스가 서있었다.그는 비쩍마르고 창백한 피부와 광기어린 눈동자를 빛내며 서있었다.
이 자라면 라이마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길티네는 생각했다.미래를 내다보는 여신의 권능을 지닌 라이마를 추적하는 일은 길티네 자신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카르타스는 그 성격 자체가 혼돈이며 혼돈은 예측을 허용하지 않는다.
카르타스의 집념과 그가 지닌 혼돈의 권능 그리고 특유의 광기가 만나면 라이마를 추격하여 잡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아니 시간이 걸릴 뿐 언젠가는 가능할 것이라고 길티네는 그렇게 생각했다.{np}그러나 한편으로 카르타스는 살육을 재미로 하는 자이다.여신인 라이마가 카르타스에게 죽지는 않겠지만,라이마를 붙잡게 해준 카르타스의 혼돈의 속성이 라이마의 사망은 아니더라도 길티네가 예상치도 못했고, 원치 않는 다른 종류의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
길티네는 카르타스에게 라이마의 추격을 맡기려는 생각을 마음에서 지웠다.
다음으로 그녀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마왕은 바이가였다.길티네의 모든 수하 가운데 가장 믿을 만한 자였다.길티네는 바이가에게 라이마의 추적을 맡긴다면 반드시 만족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했다.신중함과 지성 그리고 강한 힘을 두루 갖춘 믿을 만한 부하는 길티네의 수하 중에서도 그리 많지 않았다.
심지어 여신조차도 완전하지 않은데 그녀의 부하들에게 완벽함을 기대할 수는 없는 법이다.그렇지만 바이가라면 믿고 라이마의 추적을 맡길 수 있다.
라이마의 예지 능력을 넘어 그녀를 포획하려면 몇 백 년이 걸릴 지 모르지만,그 정도의 세월은 불멸자에게 아무 것도 아니니 길티네는 곧 바이가로부터 결과를 보고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길티네는 라이마의 추적보다 급한 다른 일이 있었고, 그것을 감당할 부하는 바이가 밖에 없었다.{np} 라이마의 추적은 어쩌면 다른 부하도 성공할지 모르는 임무이지만, 현재 그가 맡은 일은 다른 부하들에게 맡겨서는 성공할 가능성이 없었다.
결국 길티네는 바이가에게서도 눈을 떼고 제스티를 돌아보며 말했다.[제스티, 라이마 추적의 임무를 네게 맡기겠다.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라. 필요한 모든 것을 동원해도 좋으나 실패는 용서하지 않겠다.]
이 말이 떨어지자 바이가는 그럴 줄 예상한 것처럼 조용히 납득했다는 의사 표시를 보였다. 반대로 카르타스는 즉시 전신으로 불만을 표출하며 이를 악물고 으르렁거리는 소리도 아니고 신음 소리도 아닌 괴상한 소리를 내며 길티네를 노려보았다.
제스티는 카르타스가 갑자기 자기에게 덤빌 경우를 대비했다.
카르타스라면 제스티가 없어지면 자신이 임무를 맡을지도 모른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그러고도 남을 놈이었다.심지어 길티네에게도 저렇게 오만불손한 태도를 나타내는 녀석이니 바이가나 제스티가 같은 마왕이라고 존중할 것이란 기대는 하지 말아야 했다.{np}길티네는 속내로는 한숨을 쉬며 겉으로는 엄격한 태도로 카르타스를 마주 쏘아보았다.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카르타스의 기세가 수그러들었다.카르타스를 다스리는 방법은 더 강한 힘을 보여 누가 더 강자인지를 보여주는 방법 말고는 없었다.그리고 아무 피해 없이 그럴 수 있는 존재는 여신과 마신을 통틀어 몇 되지 않았다.
{np}길티네는 카르타스에게 라이마의 추적을 맡길 가능성을 잠시라도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더욱 기세를 끌어올려 말했다.[카르타스 어떠한 경우라도 제스티의 행사에 끼어들지 마라. 그런 일이 생긴다면 다음 천 년을 내가 주는 시련을 받으며 지낼 것이다.
또한 제스티가 도움을 요청하면 반드시 도와주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네가 취미로 살육이나 일삼는 행위를 못하도록 금지하겠다.]
{np}카르타스가 처음의 기세와 달리 고개를 숙이며 그 말을 따르겠다는 표시를 했다.제스티에게는 따로 이를 말이 없었다.
제스티가 필요하다고 여기면 카르타스의 도움을 받거나 그의 부하들을 데려다 쓸 것이다.바이가 만큼 현명하진 않아도 제스티 역시 멍청하지 않으니 카르타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여 그의 성질을 폭발시킬 멍청한 행위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np} 제스티는 카르타스가 엉뚱한 일을 벌이지 않도록 뭔가 다른 일을 맡겨야겠다고 생각하였다.길티네는 그런 부하 마왕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다른 여신들이 우리가 라이마의 거소에 있는 것을 알아차리기 전에 떠나도록 하자.]
네 명의 존재가 발걸음을 옮기는 가운데 천천히 그 형상이 희미해지며 사라져가고 주인이 떠난 라이마의 거소는 다시 비어있는 장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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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마에 관한 오래된 이야기. 마우스 우클릭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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