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마의 천년전 3권

Content

제스티는 한 거대한 무덤의 입구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서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떠있었다. 누군가 위를 올려보더라도 그녀의 모습은 인간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이 임무를 부여 받은 이후 처음으로 낭패감을 느꼈다.
예지의 권능을 가진 여신을 붙잡기 어려울 것이란 사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선견을 지니고 있는 라이마의 행보를 앞서가기 어렵기에 설령 미래를 알아도 피할 수 없는 외통수에 몰아넣을 계획을 세웠고,그 계획을 은밀히 실현하며 라이마의 뒤를 바싹 쫓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np}그러나 상황은 제스티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인간, 인간을 이용하다니.. 저 비루한 족속들을 사용할 생각을 하다니!
{np}제스티는 다시 한 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이제 다음에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설마 자신의 힘을 나누어 계시의 형태로 남기고 그것을 인간에게 전달하여 지키게 할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여신이 인간을 의지하다니..
제스티는 충분한 시간만 있으면 모든 미래와 모든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는 라이마가 승리를 위해 그 위대한 권능을 놓아두고 인간 따위에게 의지한 사실을 아직도 믿기 어려웠다.{np}제스티는 라이마가 승리를 위한 필수 조건에 인간이 포함된다는 핵심을 예지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알 수 없었기에 그녀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생각이었고,또한 너무나 어이없고 화가 나는 일이었다.
사실 누구도 명확히 규정한 적이 없지만,그녀에게 라이마의 행동은 경기에서 반칙한 상대방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더 난감한 것은 사실은 그런 행위를 반칙이라고 명시한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 더욱 화나는 일이었다.{np}제스티의 입장에서 인간의 왕조가 새로 성립하든 그 왕조의 개국시조가 누구며 무엇을 하든 전혀 관심사가 아니었다.그 개조라는 자카리엘이 라이마와 접촉한 사실을 알았을 때도 그 일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라이마가 아니라 다른 여신들도 그들을 따르는 인간의 신도가 성직자의 기도를 듣고 응답하며 가끔은 직접 그들에게 현신하기도 했다.제스티는 그것이 쓸데 없는 행위라고 여겼지만,그 행위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기에,라이마가 자카리엘이란 인간과 만난 일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np}자신을 피해 도피중인 라이미가 자카리엘을 만날 만큼 절박한 이유보다 평소에 인간을 하찮게 여기는 선입견이 더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제스티가 뭔가 알아차렸을 때는 자카리엘은 그 하루살이 같은 인간의 덧없는 수명을 다 소비하고 그가 생전에 만든 무덤에 들어가버린 후였다.그리고 라이마가 자신의 권능을 나눈 계시 역시 같이 소위 그 왕릉이란 곳에 묻히고 말았다.
제스티가 그 사실을 알고 왕릉에 직접 들어가려 했을 때 그녀는 더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왕릉은 제스티 같은 마왕도 무시할 수 없는 방비체계를 지니고 있었다.{np}자카리엘은 국왕의 권력을 총동원해 모든 자원과 마법을 동원하고 한편으로 성직자들을 움직여 여신의 신성력을 쏟아 부어 왕릉을 지키는 설비를 건설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 왕릉의 설비가 노후화되고 약해지겠지만,지금으로서는 이곳을 뚫을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제스티는 자신이 라이마에게 초반에 한방 크게 당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었다.그리고 더욱 싫은 일은 라이마가 인간을 의지하는 일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었다.
그녀는 다른 인간을 찾아 다시 같은 일을 할 것이었고,제스티는 그 사실이 더욱 불쾌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할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np}제스티는 라이마가 다수의 인간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그것을 사용한다면 자신도 혼자서 추적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제스티는 자신의 수하 마군주들을 소환했다.거기에 더해 이미 길티네가 허락한 권한을 이용해 카르타스와 바이가의 지휘를 받는 마군주들도 소환했다.{np}라이마가 인간을 이용한다면 그녀라고 다른 부하 마족들을 이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마족의 집단이 지닌 인간 무리 따위의 도움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보여주겠다는 의중도 없지 않아 있었다.
가장 먼저 그 소환에 의해 나타난 마군주는 렉시퍼였다.
제스티는 자신이 부른 아홉 명의 마군주 가운데 이 왕릉의 설비들을 해제하거나 해체하고 계시를 획득할 자로서 렉시퍼가 가장 적합하다고 여겼다.
필요하면 마군주를 더 부를 수도 있지만,일단은 아홉으로 시작할 생각이었다.{np}제스티는 렉시퍼에게 자카리엘 왕릉에서 계시를 탈취할 임무를 부여하고 소환에 응한 다름 마군주들을 이끌고 사라졌다.
지시한 제스티나 그 명령을 받은 렉시퍼나 이 때는 그 일이 렉시퍼를 이 왕릉의 협곡에 천 년이나 붙잡아 둘 임무가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오직 라이마만이 그 천 년 임무의 끝을 예지하고 있었다.

Description

라이마와 제스티에 관한 이야기. 마우스 우클릭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Information

Cooldown: 
Lifetime: 
Weight: 1
Silver: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