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넌트 이야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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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클리스가 건설한 대지의 요새에서 모든 주위를 물리친 에미넌트는 그곳에 강림한 제스티 앞에 엎드려 있었다.
엎드린 자세의 에미넌트를 내려다 보는 제스티의 입에서 결코 유쾌하지 않은 기색의 말이 떨어졌다.[그래서 결국 인간의 육신까지 뒤집어 쓰는 그 짓거리를 몇 십 년이나 한 꼬락서니의 끝이 겨우 루클리스라는 인간 한 명을 죽이고 그 인간이 감춰둔 계시는 결국 찾지 못했고,이제는 이 요새의 어디에 있는지 알 방법도 없다?]
에미넌트가 제스티의 기분을 살피며 나지막하게 답했다.[죄송합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제스티가 아니라 바이가였다면 자신의 발상을 이해할 수도 있었지 않을까 하는 불만도 약간 들었다.
그러는 중에도 제스티의 질타는 이어졌다.[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참이냐?그 같지도 않은 인간의 재상 직위에 올라있으니 결국 왕도로 돌아가야 할 테고,이제 더는 대지의 요새에 머물며 탐색을 계속할 수도 없지 않느냐?
너는 인간의 행태를 본받아 한 일이 성과를 냈다고 생각했겠지만,지금 이 꼴을 봐라.뭐 하나 이룬 것도 없이 네 스스로 만든 재상의 직위에 갇혀 정작 네 본연의 임무가 방해 받고 있지 않느냐?]
{np}에미넌트는 제스티의 질책을 그냥 듣고 있을 수 없어 대답했다.[진짜 목적을 숨기고 부릴 인간 병사들과 부하들이 많은 것이 현재 제가 가진 인간사회의 권력입니다.제가 수도로 돌아간 뒤에도 제 명을 받은 관리들과 병사들이 계속 수색을 중단하지 않고...]{np}제스티가 그 말을 가로막고 역정을 냈다.[그러고도 또 인간들을 의지하겠다고?네 놈이 찾지 못한 것을 그 알량한 인간들이 찾을 수 있다고?너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제스티의 분노가 눈에 보이자 에미넌트는 더욱 엎드렸다.제스티의 말이 이어졌다.[아무래도 인간들 사이에서 네가 너무 오랜 산 게야.당장 그 꼴 같지 않은 인간 재상질은 관두고 이곳 대지의 요새에서 그 루클리스라는 인간이 감춘 계시를 찾는 일에 집중해라.]
에미넌트는 그 명령을 그대로 따를 수 없기에 황급히 말했다.[일단은 다른 인간들이 이 주변에 공연히 오지 못하도록 차단하려면 인간의 직위가 유용합니다.제가 몇 가지 조처를 취한 뒤에 자연스럽게 수명이 다해 죽은 것으로 보인 뒤 이곳으로 빠른 시일 내에 돌아와 말씀하신 일을 완수하겠습니다.부디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np}제스티는 그 말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나 결국 에미넌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아무튼, 라이마가 택한 인간 수호자를 죽인 것은 네가 처음이다.그 점을 참작해 네 요청을 허락하겠다.]
이 허락의 말이 떨어지자 에미넌트는 바로 다음 요청을 내밀었다.[한 가지 청이 더 있습니다.[뭔가?]{np}프리미어 에미넌트는 자신의 두 번째 요청이 마왕 제스티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고민하면서도 말했다.[대지의 요새 인근 도시 록소나에는 루클리스의 추종자들이 아직도 많이 살고 있습니다. 현재는 제 병사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지만,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들은 이곳에 그냥 두어도 방해가 될 가능성이 높고,추방해도 문제입니다.추방된 자들 가운데 혹시라도 루클리스가 몰래 남긴 지시라도 받은 자가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그렇다고 한 도시의 구성원 전부를 어딘가에 가두는 일은..]
[구질구질한 인간사회의 일을 더 듣고 싶지 않다.자세한 사정이야 내 알 바 아니고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제스티님의 능력으로 도시 전체를 사멸시켜 주십시오.][그 정도는 너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도 물론 시간을 들여 준비를 갖추고 귀한 재료를 모아 제대로 된 의식을 시행하면 그럴 수 있습니다.그러나 한 도시의 인간들을 모두 사멸시키는 일은 여신들도 묵과하지 않을 것입니다.무엇보다 그 협정이 있지 않습니까?]
[너는 귀족 가문의 일원이 되기 위해 그 집안 사람들을 몰살시키지 않았던가?그 때도 여신들은 나서지 않았는데 문제가 될까?그녀들은 모르지 않을까?]{np}에미넌트가 대답하였다.[엄밀히 말하면 그 때 사람들이 죽은 것은 전염병 탓입니다.제가 그 병을 퍼뜨리고 부추긴 것은 사실이지만,그래도 아무튼 질병으로 죽은 것은 질병으로 죽은 것입니다.
더구나 그 지역 영지민들은 제 덕을 많이 보기도 했습니다.무엇보다 그건 이번에 하려는 것처럼 대규모 사건이 아니었습니다.이 정도 규모의 일이라면 여신들도 심각한 협정위반으로 생각할 것입니다.]{np}제스티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인간들은 그녀에게 어떤 관심사도 아니었으나 여신은 달랐다.길티네가 세운 다음 계획에 대해 약간 알고 있는 제스티로서는 지금 시점에서 여신을 크게 자극하는 일은 삼가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그들 양자 사이에는 아직은 먼저 깨뜨릴 수 없는 협정이 체결되어 있었다.
그들은 그 협정을 때때로 사소하게 위반하고 사과하거나 배상을 하기도 했지만,작정하고 크게 위반한 적은 없었다.그것은 아직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np}이윽고 제스티가 말했다.[이렇게 하도록 하자.내가 그 도시에 석화의 저주를 내리겠다.그렇게 하면 이론상 그곳의 인간들은 저주가 풀리면 백 년 후라도 다시 살아날 수 있으니 몰살시킨 것은 아니다.
그런 다음에 네 장기를 발휘해 인간의 국왕을 부추겨 석상이 된 시민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하라.이렇게 하면 우리는 인간의 삶을 방해하긴 하였으나 죽인 것은 아니다.그리고 그 다음에 벌어진 일은 같은 인간인 국왕의 명령으로 일어난 일이니 제미나도 우리를 추궁할 근거가 많이 줄어든다.]{np}
[탁견이십니다.아울러 이 일이 반역자 루클리스의 행위를 마땅치 않게 여긴 여신들의 저주라는 소문을 인간사회에 퍼지도록 하면 더할 나위 없을 듯합니다.]{np}[그런 것은 네가 알아서 하도록 하라.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라이마의 뜻대로 움직이는 선택 받은 소위 계시의 수호자 인간들을 죽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들이 지닌 계시를 우리 손에 넣는 것이다.
길티네님께서 나와 너희들이 모두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에도 아직 우리에게 아무런 벌을 내리지 않고 계신 것을 감사하게 여기고 분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그 말과 함께 제스티의 모습이 사라졌다.{np}프리미어 에미넌트는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그는 이제부터 할 일이 많이 있었지만,어두운 지하요새에서 기나긴 세월 동안 그 일을 성공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은 이 때는 몰랐다.
다만 그가 알았다면 조금 위안이 될 사실이 있다면, 라이마가 자신이 택한 루클리스가 누명을 쓰고 죽어간 사실에 대해 진심으로 슬퍼하고 있었다는 점이다.어찌되었든 그것은 여신과 마족의 싸움에서 마족이 거둔 작지만 분명한 승리이기는 했다.

Description

프리미어 에미넌트에 관한 이야기. 마우스 우클릭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Information

Cooldown: 
Lifetime: 
Weight: 1
Silver: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