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티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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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티의 명령으로 여러 마군주들이 라이마의 뒤를 추적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성공한 마군주는 아무도 없었다.
한 발 앞서 모든 일을 내다보고 피할 수 있는 예지의 여신을 찾아내는 일은 절대 쉬울 수가 없기에 당연한 일일 수 있었지만,최근 들어 라이마의 행보를 추적하는 일에 진전이 있었다.{np}에미넌트는 이것이 그가 라이마가 선택한 루클리스를 죽인 탓에 라이마가 충격을 받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지만, 미르티스가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np}그 보다는 라이마가 계시를 만드는 일이 힘겨워서 점점 그 능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것이 타당했다.
아무튼 미르티스가 보기에 마군주들이 라이마를 추격하기 시작한 이래 그 어느 누구보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라이마를 바짝 추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울레이 숲에서는 거의 뒷덜미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접근한 일도 있었다.그 뒤로 현재 잠시 놓치기는 했지만,다시 찾아내는 일은 어렵지 않게 여겨졌다.무엇보다 미르티스에게는 다른 마군주들에게는 없는 정찰 수단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인간이 만든 감옥에 한 남자와 같이 있던 라이마를 발견하였으나 여기서도 아슬아슬한 차이로 상대를 놓쳤다.
그러나 이제까지 라이마를 추적한 이래 잠시라도 한 장소에서 라이마를 직접 볼 정도로 접근했던 마군주도 없었다.{np}미르티스는 이것을 매우 긍정적인 진전으로 생각했고,다음 번에 발견할 때는 절대로 놓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미르티스가 잠시 본 바로는 라이마는 그냥 봐도 연약해 보이는 인간 소녀의 모습이었고,기본적으로 상태 자체가 정상이 아니라고 보여서 미르티스를 감당할 능력이 없어 보였다.{np}그리하여 마침내 수정광산의 한 갱도에 있는 라이마를 탐지한 순간,미르티스는 혹시라도 라이마가 달아날 곳이 있는지 점검하였다.
그 점검에는 순간이동의 가능성을 없애는 것도 포함되었다.
라이마든 누구든 이제 이 광산에서 순간이동을 하려면 광산이 무너져 이동을 하기 전에 묻힐 것이다.
라이마가 현재 있는 장소에서 도저히 달아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미르티스는 더욱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np}그런 탓인지 라이마 앞에 출현할 때까지 라이마 옆에 한 인간 남자가 있다는 사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라이마 앞에 선 미르티스가 대화를 시작했다.[이 일이 시작된 이래 그대를 직접 마주한 자는 오직 나뿐인 듯하오. 모든 마군주들이 그대의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뒤를 따르다 그치고 말았지. 하지만 이제 길었던 추적도 여기서 나에 의해 막을 내리게 되었소.]
라이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라이마의 옆에 선 인간 남자; 커닝햄이 입을 열었다.[우리가 일부러 너를 여기서 기다렸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나?]{np}미르티스가 말했다.[말투가 불손하구나.그러나 하여간 라이마와 네가 지쳐서 여기서 멈췄더라도 결과는 다를 바가 없다.그리고 인간이 우리의 일에 끼어들 주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np}미르티스는 커닝햄에는 더 이상 개의치 않고 라이마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길티네님의 엄격한 명령에 따라 그대를 마주치면 우리는 일단 다시 한 번 그대를 권면하도록 되어 있소.
하지만 끝까지 우리의 권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무슨 수단을 쓰든 그대와 그대가 준비하고 있는 소위 계시를 포획하라는 것이 또한 우리가 받은 명령이오.그러니 아직 우리가 당신을 예우로 대할 때 협조하도록 하시오.]{np}그러나 라이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커닝햄은 말을 계속 이었다.[우리가 이곳에서 너를 기다리기로 한 것은 물론 더 이상 도망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네가 아는지 모르겠으나 수정광산은 수 백 년을 채굴해 온 광산이다.]
[그것이 어쨌다는 것이냐?]
미르티스가 이렇게 말하자 커닝햄이 대답했다.[오래된 광산이기에 더 이상 수정이 나오지 않는 광구는 폐쇄된다는 뜻이지. 따라서 이곳은 설령 무너져도 다시는 아무도 여기에 사람이 있었다는 것도 모를 테고 구태여 다시 파낼 가능성도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np}그 질문에 커닝햄이 대답했다.
[그래서 너를 여기 봉인하고 이곳 광구를 무너뜨리면 너는 봉인의 마력 탓에 영원히 갇히고, 광부들이 어쩌다 이곳을 파서 널 꺼내줄 리도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라이마님의 말씀에 따르면 네가 실패하면 네 상관이라는 마왕도 너를 구해줄 리가 없다고 하셨다. 그러니까 너는 여기서 끝이란 말이다.]
그 말과 동시에 커닝햄은 동그란 물체를 하나 꺼냈다. 자세히 본다면 실을 자는데 사용하는 물레를 닮았고, 전체적으로 바퀴(wheel) 모양으로 생긴 것이었다.{np}부가해두는 이야기이지만, 이것은 훗날 4대 성구라고 불리며 식물대재앙이 왕도에 발생하여 세계수가 폭주했을 때 그 재앙을 축소시켜 안정시키는데 공헌한 성구가 처음으로 세상에서 사용되는 순간이었다.
훗날 초대 팔라딘 마스터 림가우다스가 남긴 또 다른 성구가 미르티스의 상관인 제스티를 격퇴하는 일도 여기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일어날 사건이지만,여하튼 미르티스는 마족으로서는 처음으로 이 마왕도 격퇴할 수 있다는 성구의 공격을 받은 최초의 사례가 되었다.{np}미르티스가 뭔가 해보려고 했을 때 그녀는 더 이상 자신 주변의 시간이 정상적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시간이라는 격류가 그 물살이 약해지면서 마침내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는 호수 같은 상태로 변하고 있음을 의미했다.
시간이 막혔다면 공간을 이동해야 했으나 바로 그 길을 조금 전에 스스로 막았다는 사실을 깨닫자 미르티스는 움직일 수 없었다.{np}미르티스는 그 호수의 물이 더 이상 바람에 잔물결조차 일어나지 않는 동결상태가 되기 전에 자신이 물레바퀴 성구의 영향력 아래에서 빠져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몸뿐 아니라 정신 마저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느꼈다.
미르티스가 완전히 묶이고 어디에도 얼음 따위는 보이지 않았으나 얼어붙은 것처럼 보이자 커닝햄이 말했다.[이 성구의 위력이 정말 대단하군요.]
라이마가 말했다.[그것은 내가 바로 그 곁에 있었던 까닭도 있습니다.인간이 홀로 사용한다면 다음 번에는 지금 정도의 위력은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커닝햄이 말했다.[상관없습니다. 이 마군주 녀석은 한동안 이곳에 있을 테니까요. 어서 떠나십시오. 제가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당신이 하려는 일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니오.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광산을 무너뜨려야 다른 잡다한 마족이나 혹시라도 우연히 이곳에 들어오는 인간이 사달을 일으킬 가능성이 없어집니다. 무엇보다..]{np}커닝햄이 말을 잠시 끊었다가 이었다.[무엇보다 이 성구는 현재 소유자가 죽으면 다른 곳으로 사라진다고 알려준 사람은 라이마님이십니다.미래를 위해서라도 이 성구는 이곳에 남아있으면 안 됩니다.이곳을 무너뜨리고 내가 여기서 죽으면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성공적으로 완료됩니다.
죽은 루클리스도 내 이런 행위를 반드시 칭찬할 겁니다.그렇지 않으면 여신님을 위해 죽은 그 녀석이 가엽지 않습니까?]{np}라이마는 루클리스의 이름이 나오자 다시 슬픔을 느끼며 결국 커닝햄의 말에 동의했다.라이마는 커닝햄의 희생을 축복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머지 않아 지금의 기억을 또 다시 오랜 시간 잊고 지낼 것이란 사실이 이 가녀린 여신의 마음을 다시 한번 아프게 만들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라이마는 커닝햄이 일으킨 폭음을 듣기 전에 수정광산을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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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티스에 대한 이야기. 마우스 우클릭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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