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먼메데일 도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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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메데일Herrmun_Madale
도하 사건1
{np} 자카리엘 대왕이 붕어한 지 겨우 51일이 지났다.
개조이자 선왕인 부친의 승하로 51세의 나이에 군주의 지위를 이어받은 제로멜 국왕은 옥좌에 앉아 한 손으로 머리를 괴고 있었다.
어전에는 왕족과 귀족이 스무 명 넘게 모여서 국왕의 고뇌에 동참하고 있었고, 누구나 어떤 문제가 국왕을 괴롭히고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먼저 문제를 언급하고 싶지 않아 고요함이 유지되고 있었다.
{np} 신하들의 시선이 왕의 친동생인 자신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안 릭션Licsion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더 볼 것 없습니다. 일단 국왕의 칙령으로 말리는 겁니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군사력으로 징계하면 됩니다. 이 자리의 누구를 보내셔도 절대로 지지 않을 겁니다. 명하신다면 이 아우가 가겠습니다.]
{np} [하지만 숙부님 그렇게 하면 지난 40년간 이어져온 평화가 깨집니다. 그리고 새 국왕의 취임과 함께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불명예가 역사에 기록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왕국의 현 국왕이 선조의 평화를 이어받을 능력이 없다는 점을 자인하는 일이 됩니다.]
{np} 차기 왕위 계승자인 태자의 말이었다. 일단 말문이 트이자 귀족 가운데 한 사람이 나섰다.
[칙령으로 둘의 영지를 서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변경하십시오. 필요하다면 더 넓은 영지로 말입니다. 그러면 단순한 항명보다는 더 나은 징계의 명분이 될 수 있습니다.]
{np} 다른 귀족이 그 말에 자신의 말을 붙였다.
[그렇지만 싸우지 말라는 명령도 안 듣는 그들이 영지를 바꿔 낯선 곳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듣겠습니까? 말을 듣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그것 역시 결과적으로 왕실의 군대가 출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np} 국왕께서 항명을 그냥 두고 보실 수는 없으니까 말입니다. 결국은 선대 국왕께서 개국전쟁을 종결하신 후 한 번도 없었던 전쟁이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것도 반란으로 말입니다.]
{np} 처음의 귀족이 말했다.
[누가 그걸 모릅니까? 어차피 군사 행동을 할 바에는 그것이 더 명분이 낫다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그 둘이 아무리 군략이 뛰어나도 이길 수 없습니다.
{np} 병력이 우리가 조금이긴 하지만 더 많고, 무엇보다 그 어떤 마법사나 여신의 사제도 저들을 돕지 못합니다. 둘 다 나름대로 군사에 자신 있다는 자들이니 오히려 싸움의 불리함을 알고 숙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
이 귀족도 말은 그렇게 하지만 상대가 숙일 것이라는 말을 할 때는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
{np} 지금 조정의 귀족과 왕족들을 고민에 빠뜨리고 있는 문제는 이런 것이었다.
허먼 가문과 메데일 가문은 현재 왕국의 귀족 가운데 가장 강력한 귀족 가문이다.
공교롭게도 두귀족의 영지는 이웃하고 있었다.
{np} 이웃한 비슷한 세력의 두 거대 귀족 사이가 인간사에서 흔히 그렇듯이 평화로운 공존이 아니라 반목과 갈등으로 번지는 일은 거의 필연적이었으나 자카리엘 대왕이 살아있는 40년의 재위 기간 동안에는 아무도 공공연히 말썽을 일으키지 않았다.
{np} 그러나 이제 왕국이 두 번째 통치자를 맞이하자 개국공신 및 여러 귀족들을 누르던 부담감이 사라졌고, 그 중 두 가문이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그럴 기회가 없으리라 생각하고 서로를 향해 야심과 적대감을 드러내었다.
{np} 딱히 왕국에 반항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새 국왕이 자리를 잡고 나면 기회가 없을 테니 그전에 일을 저질러서 결과를 확정시켜 놓으면 왕실에서도 결과를 인정하는 수밖에 없으리란 것이 양쪽의 생각이었다.
{np} 그리고 두 귀족 가문의 수장은 나름대로 군사적 재능에는 자신감이 있어서 절대로 자기가 질 리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np} 한편 왕실에서는 즉위 초반의 문제를 결국 군사력으로 해결하는 선례를 남기는 일이 되고, 선왕보다 낫다고 주장할 리는 없지만, 그렇다고 선왕보다 못해서 죽자마자 그 모양이라는 평가를 들을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리고 왕실에 거역하면서 저들을 편들 사람이 없을 테니,
{np} 사제와 마법사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만큼 비슷한 군사력이나 조금 군사가 적어도 무조건 이긴다는 것이 객관적 평가이기는 했지만, 두 가문의 수장이 군사적 재능이 있다는 것은 자만심에 도취한 착각이 아니라 진짜였다.
{np} 진짜 뛰어난 재능을 지닌 두 적수가 붙어도 결국 이기고 지는 편은 나오겠지만, 만약 왕국군이 출병했는데 행여라도 일단 둘이 왕실 군대부터 처리하고 싸우자고 하든가, 한 걸음 더 나아가 둘 다가 아닌 어느 한 쪽하고만 싸웠는데도 지기라도 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변한다.
{np} 왕실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것은 차치하고 왕실의 군대가 약하며 왕족과 왕실에 충성하는 귀족들의 능력이 형편없다는 평가가 만연할 테고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나라의 통일이 흔들리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었다.
{np} 여신의 뜻이 통일된 왕국의 유지에 있고, 사제들이 여신의 뜻을 받들어 왕실을 지킬 테니 나라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왕실의 존재는 유명무실해지고, 각 지역의 귀족들이 제 마음대로 하며 왕실의 명은 귓등으로 듣는 나라로 변하는 혼란기에 접어들 수도 있었다.
{np} 비록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사례는 없었지만, 제로멜 국왕이나 주변의 왕족과 귀족 모두 왕국의 기틀은 창업군주가 아니라 수성을 맡은 2대 군주의 역할에 따라 바뀐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다시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이 자리에 모인 귀족들 가운데 최선임이자 연장자인 그리오Greeo 공작이 말했다.
{np} [현재 왕실 직할의 군사는 제가 알기로 2만 4천입니다. 또한 선왕께서 비상시를 대비해 왕국 전체가 동원 가능한 총병력을 마지막으로 점검하셨을 때 추산된 병력은 17만입니다. 모든 지역에 단 한 명의 최소한 수비병도 남기지 않는다면 더 동원할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np} 허먼 공작이 영지의 병력을 총동원한다면 1만2천 정도. 메데일 공작은 8천 정도. 따라서 2만 정도. 양측이 가산을 탕진할 정도로 최대한 용병을 고용하고 친분이 있는 다른 귀족까지 동원하면 총 참전 가능 병력은 그 두 배인 4만 정도겠군요.]
[왜 갑자기 그런 계산을 하는 겁니까?]
{np} [4만 명의 대군이 대치하는 현장에 왕국군 2만 4천이 출병한다면 군사적 수단의 이용이겠지만, 4천이 간다면 그렇게 보이지는 않을 겁니다. 전쟁을 말리거나 양측 아니 어느 한 측이라도 징계하기에는 부족한 병력입니다. 하지만 파견된 왕실 대표의 호위병이라기엔 너무 많은 병력이고 말입니다.]
{np} 그리오의 그런 말에 말없이 침묵하던 제로멜 국왕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나 대표의 신분이 높다면 충분히 가능한 의전상의 병력이기도 하다. 예컨대 국왕이라든가 말이지.]
동생인 릭션이 뭔가 생각하다 말했다.
{np} [하지만 형님 아니 폐하께서 직접 가신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또한 국왕의 호위병이 아니면 과한 병력이기도 합니다.]
처음 말을 꺼낸 그리오 공작이 말을 이었다.
{np} [그러니 태자 전하께서 가시면 됩니다. 이 정도 일은 그 수준에서 처리하면 적당하다라는 시위 효과와 이런 큰일은 왕실의 무게 있는 인사가 직접 나선다는 홍보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매우 적절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릭션은 그 말을 듣고 바로 이렇게 말했다.
{np} [이 기회에 태자에게 폐하의 이름을 붙이는 편이 좋겠습니다. 즉 차기 국왕의 칭호는 자동으로 제로멜 2세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국왕의 이름으로 사태를 처리하는 것이 되고,
{np} 파견된 태자 역시 국왕의 권위와 그에 걸맞게 받은 권한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한편으로 차기 후계 구도를 굳건히 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np} 다른 어느 귀족이 질문했다.
[태자 전하를 파견하여 문서만 전달되는 경우보다 칙령의 권위를 더 무겁게 하고, 태자 전하의 총명으로 현장에서 복잡하게 얽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를 상황을 풀어 이 난국을 해결하겠다는 그 의견이 타당하다는 점에는 저도 반대가 없습니다.
{np} 그러나 그리오 공작께서 왜 4천의 병력을 언급하셨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힘으로 위압하겠다는 의도를 보이지 않을 작정이라도 더 적은 3천이나 더 많은 5천은 왜 안 됩니까? 제 소견으로는 굳이 위압의 의도가 없어 보이고 싶다고 하여도, 그 의도를 지키는 범위에서 보낼 수 있는 최대 병력을 전하와 함께 파견해야 합니다.]
{np} 그러한 의문에 그리오 공작이 답했다.
[왜냐하면 필요한 경우 무력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4천이면 진압 병력으로는 불충분하지만, 진압 병력의 중군이나 본대가 되기에는 나쁘지 않은 규모입니다.
{np} 내가 조금 전에 추산한 병력은 최대 4만 정도 입니다. 실제로는 그 보다 적을 것이라 봅니다. 성직자와 마법사를 활용할 수 없는 상대의 처지를 고려하면 동수의 병력도 사실상 2배의 병력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np} 그러면 그 동수의 병력은 어디서 구하냐 라는 질문이 자연히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리오 공작은 그런 질문이 말로 나오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np} [왕국의 귀족들에게 소집령을 내립니다. 물론 저부터 휘하 병력을 이끌고 참가할 것입니다. 소집에 얼마나 응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도합 4만은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np} 4천이면 4만의 10분의 1이니 소집군의 중심이 될 태자 전하의 본대로 괜찮은 수입니다. 그리고 4만이면 이미 말한 대로 양측과 동수. 번갈아 싸워 각개 격파할 수 있는 가능성과 사제와 마법사를 소집군만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면 차고 남습니다.
{np} 태자 전하께서는 소집군이 모일 동안 양측을 타이르시고 효과가 없다면 모인 군대로 징계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되면 이것은 비단 왕실의 뜻일 뿐 아니라 왕국 귀족 전체의 집합된 총의가 됩니다. 왕실 병력만 출병한 것보다 더 명분이 뚜렷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np} 제로멜 국왕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대는 짐을 즉위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졸지에 제로멜에서 제로멜1세로 칭호를 변경하게 만드는군. 하여간 좋다. 경의 의견이 타당하니 반대가 없다면 그 의견을 받아들이도록 하지.
{np} 계획이나 작전을 보충하는 일은 이후 주로 태자와 상의하고 짐에게는 보고만 하여도 좋을 듯하다.]
장내에 아무도 반대의사가 없었기에 일단 이 사건에 대한 왕실의 대응은 이 방향으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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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멜 1세 때 있었던 허먼메데일 도하 사건에 관한 이야기. 마우스 우클릭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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