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35}리디아 샤펜과 럼펠스틸스킨{/} {np} 왕국 곳곳에는 리디아 샤펜에 관련된 일화들이 전해집니다.
심지어 역사상 기록으로 보아 리디아 샤펜이 한 번도 간 적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 지방에서도 리디아 샤펜이 그들의 마을을 들렀을 때 일어났다는 일화가 존재할 정도입니다.
이런 일화들은 드래곤이 나타나는 터무니 없는 내용이나 우리가 아는 바와 다른 이상한 성격의 마족이 나타나 리디아 샤펜과 내기를 한다든가 하는 황당한 이야기를 합니다.
{np}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그 이야기들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리디아 샤펜과 관련된 이야기에 자신들의 고향이 나온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품곤 합니다.
{np}아마도 내전으로 일찍 죽은 루클리스나 자신이 세운 탑에서 떠나는 일이 많지 않았던 플러리 등에 비해 리디아 샤펜은 확실히 세상 곳곳을 다니며 모험행을 했으니 그런 이야기에 잘 들어맞는 인물인 까닭일 것입니다.
이제부터 적을 이야기도 그런 이야기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np}비록 이야기 자체는 사실이 아닐지 모르고, 현재는 물론 그 당시로써도 황당하고 허무맹랑한 이야기일지 모르나 이런 이야기가 생명력을 갖고 지금까지 전한다는 사실 자체가 해당 이야기가 리디아 샤펜의 성정과 부합한다 할 수 있습니다.{np} 어느 날 리디아 샤펜이 홀로 어떤 마을을 벗어나 밤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리디아 샤펜은 한 나그네가 숲길에 힘없이 주저앉아 있는 것을 보고 멈췄습니다.
호기심에 리디아 샤펜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한밤에 이런 숲에서 왜 그러고 계십니까?]
주저앉아 있던 나그네는 리디아 샤펜의 거듭된 재촉에 겨우 입을 열었습니다.
나그네가 말한 사연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np} 나그네는 며칠 전 이 숲을 지나다 럼펠스틸스킨이란 이름을 지닌 마족을 만났다고 합니다.
나그네는 그 마족에게 말려들어 결국 럼펠스틸스킨과 시합을 하게 되었답니다.
{np} 이길 경우 보상이 크긴 했지만, 마족과의 시합이 쉬울 리가 없어서 결국 패배하게 되었고, 이제 럼펠스틸스킨과 약속한 대가를 치러야 할 때가 되어 한숨 쉬며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리디아 샤펜은 사연을 듣고 럼펠스틸스킨이란 문제의 마족을 만나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나그네를 돕기로 약속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기다리던 럼펠스틸스킨이 나타났습니다. {np}리디아 샤펜은 나그네를 조건 없이 즉시 풀어주고 대신 자기와 시합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럼펠스틸스킨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리디아 샤펜의 명성을 잘 알고 있었고, 그 유명한 리디아 샤펜과 시합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흥분하여 그 요청을 수락했습니다.
{np} 지금은 럼펠스틸스킨의 이름을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당시에 이 악마는 시합 상대가 잘하는 것으로 승부하여 상대에게 패배를 선사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다만 항상 시합에 약간의 변형을 가하곤 했습니다.
리디아 샤펜이 말했습니다.
[그래 활쏘기 시합을 하겠다는 말은 알아듣겠다. 그런데 어떻게 하자는 것이지?]
{np}[누가 더 활을 잘 쏘나 하는 시합은 재미가 없다는 말이지. 그러니 이렇게 하자고 너는 과녁을 정하고 활을 쏘아. 그러면 나는 그 화살이 과녁에 닿기 전에 그 화살에 올라타도록 하지.]
럼펠스틸스킨이 이렇게 말하자 리디아 샤펜이 되물었습니다.
[화살에 올라탄다고?]
[맞아.]
{np}그렇게 대답한 럼펠스틸스킨의 몸은 작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어린이의 주먹 크기로 줄어들더니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어때 이 정도 크기면 네 화살에 올라탈 수 있겠지?]
리디아 샤펜은 잠시 무엇을 생각하다 말했습니다.
[이 시합은 문제가 있어. 만약 네가 화살을 건드려서 땅에 떨구거나 해서 과녁을 못 맞히게 하면 네가 화살에 올라타든 못 타든 내가 지는 것이잖아?]
리디아 샤펜의 말에 럼펠스틸스킨이 대답했습니다.
{np}[그럼 이렇게 하지. 내가 이기는 조건은 네 화살을 타고 표적까지 날아가기야.]
[그전에 네가 그 화살에서 떨어진다면?]
[그것도 내가 지는 것으로 하지. 그리고 시합은 세 차례 하는 걸로 하지. 그러니까 3번 겨뤄 2번 이기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지.]
{np}럼펠스틸스킨이 그렇게 선선히 말하자 리디아 샤펜이 다시 말했습니다.
[좋아. 그럼 한 가지만 더 말하지.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아무 방향으로 아무 표적을 향해 쏠 거야. 두 번째나 세 번째에 네가 익숙해지지 않도록 말이지. 다만 차례마다 맞추는 표적은 미리 말해 주겠어. 어때 이 조건에 동의해?]
[좋아. 그렇게 하지.]
럼펠스틸스킨이 동의하고 패배할 경우 보상에 대해서도 합의한 다음;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한 악마의 시합이 시작되었습니다.
{np}리디아 샤펜이 화살을 잰 다음 목표를 불렀습니다.
[저기 가장 큰 갈색 나무!]
그리고 그 말과 함께 시위를 놓았고 화살은 무서운 속도로 바람을 갈랐습니다.
{np}하지만 럼펠스틸스킨은 가벼운 동작으로 날아가는 화살을 추격해 그에 올라탄 후 화살이 나무에 꽂히자 부르르 떠는 진동에 맞춰 화살대 위에서 춤을 추며 알 수 없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리디아 샤펜이 다시 화살을 잰 후 외쳤습니다.
[내 좌측 정면 소나무의 모든 솔방울!]
그 말과 함께 리디아 샤펜의 신기에 가까운 궁술이 펼쳐졌지요. {np}가장 뜨거운 여름날 폭우처럼 쏟아지는 소나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발사된 수십 아니 어쩌면 수 백발의 화살이 거의 동시에 한 방향으로 발사되었습니다.
{np}이번에는 럼펠스틸스킨도 여유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인간의 눈으로는 도저히 판별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럼펠스틸스킨은 화살이 허공을 가르는 동안 모든 화살 위에 한 번씩 앉았다가 다른 화살로 옮겨 탔고, 결국 마지막 화살이 마지막 솔방울에 닿기 전에 그 화살에 올라탄 채 표적에 부딪힐 수 있었습니다.
럼펠스틸스킨은 지친 듯 씩씩거리는 표정으로 리디아 샤펜에게 말했습니다.
{np}[어쨌거나 마지막 화살이 표적에 닿기 전에 모든 화살에 한 번씩 올라탔으니 이건 내가 이긴 거야.]
리디아 샤펜이 말했습니다.
[분명히 마지막 화살이 표적에 닿기 전에 모든 화살에 한 번씩 올라탔으니 네 말을 인정하지.]
{np}럼펠스틸스킨은 리디아 샤펜의 말에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그럼 이제 이 시합은 내가 이겼군. 그러면 아까 말한 보상 말인데….]
럼펠스틸스킨의 말이 이어지기 전에 리디아 샤펜이 고개를 젓고 말했습니다.
[설마 네가 두 번 이겼다고 마지막 시합을 안 하겠다는 것인가? 나는 그렇게 못 하겠는데 더구나우리 약속은 어쨌거나 분명히 3번의 시합을 하기로 약속한 것이지 않나? {np}3번의 시합을 다 하기 전에는 시합은 끝난 것이 아니고 시합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보상이니 뭐니 하는 것을 언급하는 일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데..]
{np}럼펠스틸스킨은 설사 이번 차례에 져도 어차피 자신이 2승을 거둔 상황이기 때문에 딱히 거절할이유가 없었고, 리디아 샤펜의 말대로 확실히 시합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리디아 샤펜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시합이 시작되었고, 리디아 샤펜은 마지막 화살을 잰 후 그것을 당기며 외쳤습니다.
[목표는 하늘의 저 달!]
럼펠스틸스킨은 활이 시위를 떠나자마자 화살에 올라타 걸터앉은 자세로 있다가 곧, 자신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 깨달았습니다. {np}그리고 곧 자신이 화살을 타고 달에 가기 전에는 시합이 끝날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화살의 힘이 다해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리디아 샤펜이 쏘고 럼펠스틸스킨이 탄 화살은 공중에 정지한 채 떠 있었습니다. {np}럼펠스틸스킨은 리디아 샤펜에게 이를 갈며 뭐라 하려고 했지만, 그전에 리디아 샤펜이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시합이 끝나려면 반드시 네가 화살에 타고 과녁에 도착해야 해. 그전에는 시합이 끝난 것이 아니지. 네가 달에 닿은 후 내게 돌아오면 내 약속한 보상을 꼭 하지.]
그렇게 말한 후 리디아 샤펜은 럼펠스틸스킨을 남겨두고 자기 길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럼펠스틸스킨은 그런 리디아 샤펜의 뒷모습을 보고 이를 갈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습니다. {np}전설에 따르면 럼펠스틸스킨은 아직도 달에 도착하지 못 하고, 가진 마력을 다해 달로 날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그의 마족 수명이 끝나기 전에 다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np}그러나 우리가 알다시피 리디아 샤펜은 오래전에 영면에 들어갔고 악마는 패하지는 않았지만, 영원히 이길 수 없게 되었지요.
다만 후세의 우리가 궁금한 한 가지 일이 남아있는데 그것은 리디아 샤펜과 럼펠스틸스킨이 서로에게 내건 보상이 무엇이냐는 점입니다.
물론 물어볼 사람 아니, 존재가 하나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가 돌아올 때를 우리가 모르니 그궁금증은 한 동안 해결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리디아 샤펜에게 던져진 난제들에 대한 그녀의 대처법. 읽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