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일 마을 주민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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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43}안데일 마을 주민의 일기{/}{np}
X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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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왕래라곤 거의 없는 우리 마을에
한 가족이 이사를 온 대서 마을에 환영 잔치가 열린다고 했다.
도대체 이게 얼마만에 보는 외지인인지..
{np}어떻게 이 촌구석까지 이사를 올 생각은 했는지 모르겠지만
신수의 날 이후로 퀴퀴했던 마을이 밝아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참 좋다.
내일 일은 접어 두고 오늘은 나도 신나게 먹고 마셔야겠다.

{np}X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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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온 이웃과 친해져 볼까 싶어서 감자만두를 조금 쪄갔다.
문을 두들기자 뭔가 안에서 우당탕탕 소리가 크게 났다.
이웃집 아저씨는 별로 표정이 없어 보였지만 내가 싸온 감자 만두를 보시더니 환한 표정으로 맞아 주셨다.
{np}아저씨께서는 이 집 아들이 도배 염료로 장난을 쳐서 정신이 없다며 미안해하셨다.
나도 언젠간 저렇게 화목한 가족을 이룰 수 있겠지?{np}

X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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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개울가에 살던 라만 아저씨가 며칠 째 부재중이시다.
부인께서는 라만씨가 나무하러 가셨다곤 하는데..
뭐, 간만에 클라페다라도 나가신 모양이겠지.
클라페다에는 이쁜 아가씨들이 많다고 가끔 나에게 귀띔해 주셨거든.
{np}X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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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께 기원을 올리는 날인데 이웃집 사람들은 또 모두 배탈이 났다며 참여하지 않았다.
왜 기원을 올리는 날만 오면 아프다는건진 모르겠지만 뭐. 아프다는데 어쩔 수 없지.
나중에 감자죽이라도 쑤어서 가져다 줘야겠다.
{np}X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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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여동생과 크게 다퉜다.
사실 여기다 쓰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별 거 아닌 일이라..
나중에 선물해 주려고 만든 목걸이가 있는데 여동생이 돌아오거든 그냥 줘야겠다.
그런데 아침 댓바람부터 어딜 나갔길래 돌아오질 않는 걸까.
{np}참, 이웃집에서 저번에 쑤어준 죽이 맛있었다면서 답례로 따뜻한 수프를 가져다 주셨다.
내가 한 요리 하긴 하지. 엣헴.
오늘은 밤이 깊었으니 두었다 다음에 데워먹어야겠다.{np}

X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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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가 상한 줄도 모르고 입에 넣었다가 다 게워냈다.
먹기 전에 냄새라도 좀 맡아 볼껄. 하지만 쉰 냄새는 맡지 못했는데..
속이 계속 좋지 않아서 우물가로 달려갔지만
된통 잘못 먹었는지 우물물도 메슥거리는 것 처럼 느껴진다.
{np}억지로 계속 토해냈더니 그나마 좀 괜찮아 진 것 같다.
내일 일찍 고든 아저씨네 집에 약초를 좀 얻어야 겠다.
여동생은 아직도 돌아오질 않았다.
방에 들어 가 보니 몇몇 옷가지가 없다.
라만 아저씨 일도 있고 해서 걱정이 된다.

{np}X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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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마을이 너무 조용하다.
고든씨네 집에 약초를 얻으러 갔는데 인기척이 없어서 그냥 돌아 왔다.

X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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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일기가 마지막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의 가족 리리아나..
너만은 제발 어딘가에서라도 살아 있어 주길.
{np}
(무언가를 썼다가 황급히 지운 흔적만 남아 있다.)
{np}날짜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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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이틀 정도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계속 달린 것 같다.
클라페다쪽으로 도망치던 사람들은 모두 잡혀 죽었다.
어쩌면, 나 말고도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도 모르겠다.
모든 건 그림자처럼 아주 조용히, 빠르게.. 미쳐버릴 것 같은 공포가 옥죄어 오는 것 같다.
{np}그들은 어떠한 소란이나 혼란을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사람이 아니다.
어떻게든 클라페다로 알려야한다..
그것만이 내 이웃의 더러운 인두껍을 벗겨버리는 마지막 수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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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일 마을에서 구한 찢어진 일기의 일부들을 묶어서 만든 한 권의 일기장. 마우스 우클릭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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