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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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릉의 전설
{np} 이 문서는 극히 최근에 발견된 자료로 현재까지 그 출처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문서의 재질, 다시 말해 종이로 보이지만, 종이라고 할 수 없는 그 소재며 서책이 편집되고 만들어진 방식은 서지학자를 당혹하게 할 수밖에 없는 서적이라는 점이 대표적이다.
{np} 나는 개인적으로 이것이 바이보라 여신께서 관장하시는 전설의 환상도서관에서 나온 것이라 추측한다.
{np} 이 문서는 신수의 날 이전에는 세상에 기록은 물론이고 존재조차 없었던 것이 확실하며, 신수의 날이 우리 세계가 아닌 환상도서관에도 영향을 미쳤기에 우리 세상에 유출되었거나 근래에 들리는 소문을 믿는다면, 어떤 계시자가 환상도서관에 진입했다는 사건의 여파로 우리 세계에 흘러나온 것으로 추측한다.
{np} 다만 안타까운 것은 앞뒤의 내용이 잘리고 오직 아래에 기술한 부분만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언젠가는 이 문서의 다른 부분을 살펴볼 날이 오기만을 여신께 기원할 뿐이다.
- 왕국력 1096년,
세이지 마스터 루파스 케헬
{np} 카모프Kamof 공작은 석재 건축물 특유의 한기를 느끼며 통로를 걸었다.
대왕의 명령으로 모든 일꾼과 건축자들을 밖으로 내보낸 뒤라 더욱 한기를 느끼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나마 습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니 왕릉의 공사는 애초의 설계대로 잘 시공되었다는 확신을 들었다.
{np} 습기는 그가 지금 느끼고 있는 한기에는 당장은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왕릉의 내구성을 갉아먹을 요인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그럼에도 얼마나 긴 세월을 버텨야 할지 감도 잡을 수 없는 시설물은 그 내구성에 충분함이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np} 그런 상념을 뇌리에 둔 채 카모프 공작은 그의 군주가 기다리고 있는 아래층으로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np} 그의 군주, 이 땅을 통일한 군주로 대왕의 칭호를 얻은 인물은 본래 자카리엘이라는 이름을 지녔다.
물론 그 이름이 사람에 의해서 불린 적도 들린 적도 그의 기억에는 지난 몇 년간 없었다.
{np} 그가 처음 대왕을 만났던 날을 제외하고 말이다.
군왕에게도 이름은 있는 법이지만 그것을 부르는 사람이 없는 것이 또한 법이다.
{np} 그러므로 자카리엘이란 이름은 대왕이 일개 영주였던 시절 그의 가신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평생을 살아온 카모프 공작에게도 이제는 낯설었다.
카모프 공작이 마침내 대왕 자카리엘과 그를 수행한 신하들이 머문 곳에 도달하자 대왕이 그를 보고 반갑게 말을 건넸다.
{np} [아직 완공은 아니지만, 왕릉의 공사가 뜻대로 된 것 같아 좋소이다. 수고가 많았소. 공작.]
군주의 치하에도 그는 자신이 마음에 담고 있던 말을 먼저 했다.
[폐하. 왕릉의 곳곳이 아직 미완성입니다. 인부들을 물리기에는 너무 이른 듯합니다.]
[모두 물린 것도 아니고 일단 이곳 층에서만 그리한 것 아니오?]
{np} [이곳에도 아직 손볼 곳이 적지 아니 있습니다.]
[짐의 생각에 지금부터 할 일은 세상에 그 내용이 함부로 전해질 일은 아니라고 보오.]
[하지만 폐하. 협곡에 기록하라 명하신 수많은 문헌의 각인 역시, 사람들을 사용하셨습니다. 지금도 역시 그리하시는 것이 합당하다 보옵니다.]
{np} [짐의 명령에 따라 단단한 석재들에 문자와 문양을 새긴 사람들은 아무 죄도 없었으나, 강제로 자신이 한 일을 잊도록 기억이 지워졌소. 비록 마족이나 사악한 목적을 지닌 자들이 짐의 유산을 탐낼까 두려워 행한 일이기는 하오. 그러나 짐은 가능하다면 백성에게 그 같은 행위를 다시 되풀이하고 싶지 않소이다.]
{np} 카모프 공작은 대왕의 뜻을 바꾸기 위해 도움을 청하고 싶어 은근히 주위에 대왕을 모시고 있던 다른 신하들을 둘러보았다.
{np} 대왕의 주위에는 가장 오래 대왕을 모신 노신 느벳갤러Nbetgeller와 대왕의 모든 병력을 총괄하는 총사령관 유퍼트 킬렌Jupert Killen 그리고 경호를 책임진 글칸 도니휴Glkahn Donihue 장군 등등의 고관이 있었지만 카모프 공작의 말에 동조하여 도와주려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np} 오히려 공작 데논 셔리빅Denonn Sherivic은 이렇게 말했다.
[폐하께서 직접 망치와 정을 잡으신다면 신하된 도리는 같이 망치와 끌을 잡고 그 일을 돕는 것이라 생각하오. 카모프 공작께서는 나라의 기술과 물산을 총괄하시는 직분을 지셨으니 모든 일에 영리와 효율을 내세우고 싶겠으나 보다 앞서야 할 것이 있음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카모프 공작이 바로 그 말을 받았다.
[누가 대신 폐하 대신 도구를 들고 땀 흘리는 것이 싫어서 이러는 것입니까?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는 지위에 있는 사람은 그 할 일이 따로 있는 것입니다. 석공의 일을 대신하는 것은 그 일과는 거리가 멉니다.]
{np} 데논 셔리빅 공작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미 우리는 폐하의 말씀을 들은 바 있소이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나 폐하께서 이 왕릉을 지으신 연유는 개인적인 과시욕이 아니고,
{np} 장차 왕국에 닥칠 재앙과 나아가 모든 인간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예언에 대비하는 것이니 이 중요한 일을 우리가 하지 않는다면 누가 한다는 말입니까?]
{np} 왕국의 형벌과 사법을 담당하는 최고 귀족이 이리 나오자 그제야 대왕의 호위를 책임진 글칸 도니휴가 나서서 발언을 했다.
{np} [두 분의 말씀이 모두 옳은 바가 있습니다. 하오니 폐하. 이 일은 소장이 이끄는 왕실기사단이 하도록 윤허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친위대의 누구라도 이곳에서 알게 된 것을 밖에서 발설할 자가 없을 것이고, 더욱이 오늘 소장이 이끌고 온 자들은 그 중에도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자들이옵니다.]
{np} 그러자 말없이 조용히 있던 재상격의 노신 느벳갤러가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 왕릉에 남기실 유시의 비밀을 유지코자 하시는 뜻은 알겠습니다. 그러나 카모프 공작의 간언이 있고 또한 현재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왕국의 최고위 귀족이자 대왕의 총신으로 이들을 믿지 못한다면 말이 되지 않습니다.
{np} 그러니 더는 석공과 인부들에게 부담은 주지 않되 아울러 우리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 방법이 있겠소이까?]
자카리엘 대왕이 묻자 느벳갤러가 다시 말했다.
{np} [노신이 생각하기에 폐하와 신료들이 직접 손을 움직이는 수고를 하더라도 국정을 위해 그 기간은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러니..]
[그러니?]
자카리엘이 거듭 물었다.
{np} [.. 일단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셔야 합니다. 둘째로 정과 망치보다는 바위를 녹일 강산이나 혹은 약품을 사용하여 미리 쓰인 글씨대로 바위를 녹이는 기술을 사용합니다.]
[마법과 약품, 이 두 가지는 위험하지 않겠소?]
{np} 이 늙은 충신은 자카리엘의 생략된 말을 알아들을 만큼 현명하고 또한 그를 오래 섬겼기에 대왕의 축약된 질문에 쉽게 대답했다.
[약품은 현재의 저희가 잘 다루면 될 일입니다. 그리고 마법은 미래에 이곳에 올 사람에게 문제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np} 폐하께서 염려하심은 마법으로 남긴 폐하의 유시가 훗날에 어떤 유능한 마법사에게 단서를 주고 그로 인해 폐하께서 남기고자 하시는 전승이 적합하지 않은 자에게 들어감을 저어하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np} 그러나 마법으로 만든 불로 화상을 입은 흉터나 보통의 불로 입은 화상의 흉터나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저 흉터에 불과합니다.
{np} 이처럼 소신들은 벽이나 비석에 글과 문양을 섬기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니 새기는 과정에서의 쓰일 마법을 염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자카리엘 대왕 역시 그 답변이 마음에 드는지 이렇게 말했다.
[흠 그리하면 되오?]
{np} [도니휴 장군의 말대로 그가 지휘하는 병사들을 활용하면 다른 대신들은 본래의 업무에 조금 더 신경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협곡의 작업은 다 끝났고, 카모프 공작의 보고를 제가 판단하건대 이곳 왕릉의 공사는 사소한 마무리만을 남기고 있습니다. 충분할 것이라 사료됩니다.]
[알겠소. 경의 말을 따르도록 하리다.]
{np} [감사합니다. 폐하.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오?]
[이 노신이 감히 폐하의 설계를 판단하기로는 이 왕릉은, 망극하오나 폐하의 영면이 아니라 후대에 이곳을 찾을 사람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입니다.
{np} 그리하여 이제까지의 대부분의 공사가 그 사람의 자질과 능력을 시험하기 위한 안배에 맞춰진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밖에는 모둔 적이나 도굴을 방지하기 위한 설비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제 저희와 함께 하실 일은 그와 상관이 없어 보여서 이 점이 궁금합니다.]
{np} [경의 말씀대로 이제까지 완공된 왕릉의 대부분이 그러한 설계에 맞춰지고 지어진 것이 사실이오. 하지만 훗날 여신의 계시를 좇아 이곳을 찾을 사람을 위한 짐의 의지는 그 사람을 시험하는 것에만 맞춰져 있지는 않소.
{np} 솔직히 짐은 이 왕릉에서 시험을 거친 그에게 선물을 남기고 싶소. 짐은 그를 시험하지 않을 수 없으나, 실은 그 사람은 짐의 그러한 시험이 없어도 충분히 어려운 길을 가야 할 사람이오. 그러니 짐의 사후거처에 온 그에게 선물을 남기고 한편으로 짐이 그에게 들려주고 싶은 교훈도 남기고 싶소이다.
{np} 어쩌면 오래 전에 죽은 이의 쓸모 없는 설교일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하지 않을 생각도 없소이다.]
그 말을 듣자 느벳갤러는 미소를 지으며 자카리엘 대왕에게 말했다.
{np} [폐하와 더불어 이 나라를 세운 건국자들이 손수 적은 교훈입니다. 결코 쓸모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오시면 왕릉의 이 장소를 그 이름으로 지칭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np} [교훈의 전당, 뭐 이런 식으로 붙이자는 말씀이시오? 그것 조금 낯 간지러운 면이 있기는 하지만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구려.]
재상 느벳갤러가 그 말에 다시 대답했다.
[이 왕릉이 얼마나 오랜 시간을 견딘 후 기다리던 손님을 맞이할 지는 짐작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np} 설령 훗날에 전부 쓸모 없는 것이 되더라고 지금은 가능한 많은 것을 남기는 것이 옳습니다.
그 시대의 기준으로 우리의 모든 지식이 낡은 것이 되더라도 말입니다.]
{np} [그렇지 않아도 그럴 생각입니다. 특히나 여신에 관해 짐이 아는 신학과 마족에 대한 지식, 건국과 관련한 이 나라의 역사, 여신의 지도가 짐의 설계와 건축에 미친 영향, 어쩌면 그 시대에도 의미가 있을지도 모를 전사의 기술이나 마법사의 주문 등등.
{np} 짐은 이 왕릉에 가능하다면 그 모든 것을 담고 싶소. 그리고 이 왕릉에 아직 여백이 있을 때 짐의 그러한 비록이 담겨야 하오.]
{np} 이 말을 하는 대왕의 얼굴은 너무나 확신에 차있었고 또한 단순히 한 인간의 강한 의지가 아니라 창세부터 지금에 이르러 후대에 미칠 여신의 섭리의 한 조각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대왕의 신하들은 저절로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하였다.
{np} 첨언 : 최근 유능한 학자인 시레니아 오델을 만나 들은 바에 의하면, 왕릉에는 위의 내용과 관련되었다고 볼 수 있는 대왕의 유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 추가 조사를 한 끝에 나는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추론하였다.
{np} 첫째는 이 문서가 사실이 아닐 경우다.
그러나 나는 이 가능성을 직관적으로 배제한다.
둘째는 왕릉이 개방되면서 발생한 사고와 오염으로 자카리엘 대왕의 유산이 오염되거나 훼손되었을 가능성이다.
{np} 그리고 셋째는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지는 것인데 전설로만 여겨지는 대삼림지대 어딘가에 있다는 신비의 왕릉에 대왕의 유산이 있다는 추측이다.
즉 당시 어떤 이유로 대왕은 정작 자신의 왕릉에는 그 비밀스러운 유산을 담지 못했고, 그것을 후대의 국왕이 이어받아 제2의 왕릉에 감췄다고 보는 견해다.
{np} 만약 그렇다면 어떤 사정으로 정작 후대의 인연이 닿을 대상이 올 대왕 본인의 능이 아니라 다른 능에 그것을 담도록 했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np} 일단 대삼림지대의 신비의 왕릉 자체가 확인된 사실이 아닌 상황에서 대왕과 그 뒤를 이은 국왕들께서 어떤 까닭으로 그러한 결정을 내리고 실행했는지는 더 이상 추측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np} - 왕국력 1096년 즉,
카오닐라 공주 집정 원년
세이지 마스터 루파스 케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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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리엘 왕릉에 관해 전해져오는 이야기. 마우스 우클릭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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